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을 보게 될까?
우리의 우주 이야기 16편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무엇을 보게 될까?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순간, 우주비행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지금까지 블랙홀을 여러 모습으로 만나왔습니다.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
별을 찢어버리는 천체.
강력한 제트를 우주로 뿜어내는 천체.
수십억 개의 태양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
그리고 최근에는
아주 어린 우주에서 이미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했다는 놀라운 이야기까지 살펴보았습니다.
14편에서는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정보가 정말 사라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5편에서는
블랙홀 가까이에서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향하는 곳은
블랙홀의 바깥도,
강착원반도,
제트도 아닙니다.
바로
사건의 지평선 안쪽입니다.
만약 우주비행사가 블랙홀로 떨어진다면
그 순간 무엇을 보게 될까요?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는 순간
정말 시간이 멈출까요?
몸은 즉시 산산조각이 날까요?
안쪽에서는 빛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그리고
결국 도착하게 된다는 블랙홀의 중심에는
정말 무한한 밀도의 점이 존재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이 허락하는 한
그곳까지 함께 내려가 보겠습니다.
1. 먼저 블랙홀의 경계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블랙홀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건의 지평선을
블랙홀의 단단한 표면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구에는 땅이 있습니다.
태양에는 뜨거운 표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은
그런 물질적인 표면이 아닙니다.
그곳은
밖으로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지는 경계입니다.
빛조차 그 경계를 넘어 바깥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을
“블랙홀의 벽”
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주에서 돌아올 수 있는 마지막 경계
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2. 사건의 지평선까지 가는 길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을 향해 접근한다고 상상해봅시다.
처음에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저 엄청나게 무거운 천체 주변을 지나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상황이 달라집니다.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이 강하게 휘어지고,
빛의 경로도 휘어집니다.
멀리 있는 별빛이
평소와 다른 위치에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블랙홀 주변에 강착원반이 있다면
그 뜨거운 가스에서 나온 빛도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우리에게 도착합니다.
NASA의 블랙홀 시각화에서도
블랙홀에 접근하면서 강착원반과 빛의 고리 등이
어떻게 달라져 보이는지를 계산해 보여줍니다.
3. 블랙홀 가까이에서 하늘은 이상하게 보인다
우리가 지구에서 하늘을 보면
별은 대체로
우리가 생각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홀 가까이에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이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멀리 있는 별에서 온 빛이
블랙홀 주변을 지나면서 휘어집니다.
그 결과
원래는 보이지 않아야 할 방향의 빛이
우리에게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중력 렌즈 효과라고 합니다.
따라서 블랙홀 근처에서 바라보는 우주는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밤하늘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습니다.
4. 블랙홀의 그림자가 보이는 이유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2019년 우리가 보았던 M87 블랙홀의 모습은
어떻게 촬영할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본 것은
블랙홀 자체가 빛나는 모습이 아닙니다.
주변의 뜨거운 물질과
그 빛이 블랙홀의 강한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모습,
그리고 그 가운데 나타나는 어두운 영역을
관측한 것입니다.
이것이 흔히
블랙홀 그림자라고 부르는 구조입니다.
즉,
우리는 블랙홀 안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블랙홀이 주변의 빛에 남긴 흔적을 본 것입니다.
5. 조금 더 가까이 가보자
우주선이 계속 블랙홀에 접근합니다.
이제
중력이 점점 강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블랙홀의 질량이 얼마나 큰가에 따라
경험하는 상황이 크게 달라집니다.**
태양 질량 수십 배 정도의
항성질량 블랙홀과
태양 질량 수백만~수십억 배의
초대질량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 근처의 환경이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석력의 차이가 큽니다.
6. 바로 '스파게티화'가 시작될까?
블랙홀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스파게티화.
이름은 재미있지만
현상은 전혀 재미있지 않습니다.
블랙홀의 중력은
우주선의 모든 부분에 똑같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블랙홀에 가까운 쪽은
조금 더 강한 중력을 받습니다.
멀리 있는 쪽은
조금 더 약한 중력을 받습니다.
이 차이가
조석력입니다.
그리고 블랙홀 가까이에서
그 차이가 극단적으로 커지면
물체는 세로 방향으로 길게 늘어나고
가로 방향으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이
스파게티화입니다.
7. 그런데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면?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반전이 있습니다.
영화나 그림에서는
블랙홀에 접근하면
곧바로 몸이 찢어질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면 사건의 지평선 자체를 통과하는 순간에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홀의 질량이 매우 크면
사건의 지평선의 크기도 매우 커지고,
그 경계 부근에서의 조석력은
항성질량 블랙홀보다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습니다.
NASA의 블랙홀 시뮬레이션에서도
태양 질량 430만 배 정도인 초대질량 블랙홀의 경우
카메라가 사건의 지평선을 지난 뒤에도
잠시 동안 더 이동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8. 그렇다면 우주비행사는 사건의 지평선에서 무엇을 느낄까?
아주 거대한 블랙홀을 생각해봅시다.
우주비행사가 블랙홀로 자유낙하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급격한 가속을 하지 않는다면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는 순간
그곳에
단단한 벽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주비행사의 시계는 계속 갑니다.
심장도 계속 뛰고,
생각도 계속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시간이 갑자기 멈췄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이것이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과
실제로 떨어지는 사람의 관점이 다른 이유**입니다.
9. 그런데 멀리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우주비행사를 바라본다고 생각해봅시다.
우주비행사가 블랙홀에 가까워질수록
그에게서 오는 빛은
점점 더 긴 파장으로 이동합니다.
빛은 점점 약해지고
관측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멀리 있는 관찰자의 좌표에서는
우주비행사가 사건의 지평선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마치 사건의 지평선 바로 바깥에서
얼어붙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10. 하지만 우주비행사는 이미 지나갔다
여기서
우리의 직관이 다시 한 번 깨집니다.
지구에서 보는 사람에게는
우주비행사가 아직
사건의 지평선을 완전히 넘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주비행사 자신의 시계로 측정하면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유한합니다.
즉,
**“밖에서는 멈춰 보이는데
안에서는 계속 떨어진다.”**
이것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나타나는
놀라운 상대성입니다.
NASA의 수치 시뮬레이션도
먼 관찰자에게는 카메라가 지평선 근처에서 느려져 얼어붙는 것처럼 보이지만,
낙하하는 카메라의 고유시간에서는
실제로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한다고 설명합니다.
11.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순간
이제
우주비행사가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했다고 생각해봅시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아주 중요한 사실부터 말하면
밖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엔진을 아무리 강하게 작동해도,
빛을 아무리 빠르게 보내도,
외부 우주로 돌아가는 경로가 없습니다.
이것이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이름이 가진
진짜 의미입니다.
단순히
“중력이 강해서 탈출하기 어렵다”
정도가 아닙니다.
그 안에서는 외부로 향하는 미래의 경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12. '빛보다 빠르면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물리학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빛은 진공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빠른 신호 전달 속도입니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빛조차 바깥으로 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질량을 가진 우주선이
빛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탈출한다는 것은
현재의 물리학에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건의 지평선을
돌아올 수 없는 경계
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13. 그렇다면 안에서는 빛이 아래로 떨어질까?
여기서
조금 조심해야 합니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일상적인 의미의
“위쪽”과 “아래쪽”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회전하지 않는 이상적인 블랙홀을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하면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중심으로 향하는 것이
미래 방향과 깊이 연결된 구조를 갖습니다.
쉽게 말하면
중심으로 향하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사라진다
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14. 블랙홀 안에서는 엔진을 꺼도 계속 중심으로 간다
우주선이
“엔진을 최대 출력으로 켜면 어떨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든
미래로 향하는 모든 가능한 경로는
결국 블랙홀의 더 안쪽으로 이어집니다.
엔진을 켜서 움직임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블랙홀이 단순히
엄청나게 강한 중력을 가진 장소라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시공간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15. 우주선 안에서는 무엇을 볼까?
이 질문은
정확한 답을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이론적인 계산은 할 수 있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뒤를 돌아본다면
외부 우주에서 오는 빛을
계속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빛의 모습과 주파수는
일반적인 우주 공간에서 보는 것과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빛은 강하게 휘어지고
중력에 의해 주파수가 변하며
하늘의 모습도 크게 왜곡됩니다.
따라서
블랙홀 내부에서 바라보는 우주는
평소의 밤하늘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모습일 것입니다.
16. '밖의 미래를 전부 볼 수 있을까?'
여기에서
인터넷이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오해가 있습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우주 바깥의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다.”
이것을 너무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우주비행사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간다고 해서
우주의 먼 미래를 무한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빛을 받을 수 있는지는
낙하 경로와 블랙홀의 질량,
회전,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블랙홀은 미래를 보여주는 영화관이 아닙니다.
상대성이론에서 시간 차이가 생기는 것과
우주의 모든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17. 이제 스파게티화가 진짜 문제가 된다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했다고 해서
반드시 즉시 죽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안쪽으로 떨어지면
조석력은 점점 커집니다.
우주비행사의 발이
머리보다 블랙홀에 더 가까우므로
발에 작용하는 중력이 더 강해집니다.
몸은 점점 길게 늘어납니다.
동시에 옆 방향으로는 압축됩니다.
이것이
스파게티화입니다.
18. 작은 블랙홀과 큰 블랙홀의 차이
여기에서 다시
블랙홀의 크기가 중요합니다.
항성질량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 자체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따라서
지평선에 도달하기 전부터
조석력이 매우 강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초대질량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 경계에서는
조석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면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한 뒤 한동안 살아남을 가능성을
일반상대성이론은 허용합니다.
물론
“살아남는다”는 말은
아주 잠시 동안이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결국 더 안쪽에서는
조석력이 치명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습니다.
19. NASA의 실제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보여줄까?
NASA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향해
카메라가 떨어지는 과정을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430만 배로 설정됐습니다.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카메라가 약 3시간에 걸쳐
사건의 지평선까지 접근합니다.
그리고 지평선을 통과한 뒤
중심으로 향합니다.
놀랍게도
지평선을 통과한 뒤
스파게티화가 일어나는 데까지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NASA의 해당 시뮬레이션에서는
지평선을 지난 뒤 약 12.8초 후
카메라가 파괴되도록 계산되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실제 우주비행사의 관측이 아니라
특정한 블랙홀 모델을 사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입니다.
20. 그렇다면 블랙홀 중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제
가장 깊은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을
비회전 블랙홀에 적용하면
중심에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것이 나타납니다.
수학적으로는
밀도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지점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과학자들은 아주 조심합니다.
“우주에 정말 무한한 밀도의 점이 있다”
라고 단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특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그 극단적인 영역에서
더 이상 완전한 설명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1. 특이점은 '진짜 물체'일까?
아직 모릅니다.
이것이
16편에서 꼭 기억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특이점을 예측합니다.
하지만
자연이 실제로
무한한 밀도의 한 점을 만들어내는지,
아니면
양자중력이 등장하면서
완전히 다른 구조가 나타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NASA 역시
특이점이 실제 물리적 구조일 수도 있고
현재 이론의 한계를 나타내는
수학적 결과일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22. 그래서 우리는 블랙홀 중심을 직접 볼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망원경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 나온 빛이나 신호는
외부 우주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외부에 있는 우리는
블랙홀 내부의 사건을
직접 관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이용해
그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관측 가능한 바깥의 현상과
이론적 예측을 비교합니다.
23. 그래서 블랙홀은 물리학의 시험장이다
블랙홀 하나를 연구하면서
우리는
아주 많은 물리학을 만나게 됩니다.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열역학.
정보이론.
입자물리학.
중력파.
빛의 굴절.
시공간의 구조.
이 모든 것이
블랙홀이라는 하나의 천체를 통해
서로 연결됩니다.
그래서 블랙홀은
단순한 천문학적 대상이 아니라
우주의 근본 법칙을 시험하는 거대한 실험실입니다.
24. 회전하는 블랙홀은 더 복잡하다
지금까지 우리가 설명한 것은
주로 이해하기 쉬운
비회전 블랙홀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주의 블랙홀은
회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커 블랙홀(Kerr black hole)**이라는 해로 설명됩니다.
이 경우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은
회전에 의해 끌려가는
프레임 드래깅 효과를 보입니다.
그리고 내부의 구조는
비회전 블랙홀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25. 블랙홀 안에 또 다른 문이 있을까?
여기서부터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회전하는 블랙홀의 수학적 해를 보면
내부에
매우 특이한 구조들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일부 과학 소설에서는
블랙홀을 통해
다른 우주나
웜홀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수학적으로 가능한 해가 존재한다는 것과
현실 우주에서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실제 회전 블랙홀 내부는
매우 불안정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상적인 수학적 구조를
그대로 우주의 현실적인 블랙홀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26. 《인터스텔라》의 블랙홀과도 연결된다
15편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가르강튀아를 이야기했습니다.
가르강튀아는
매우 빠르게 회전하는
거대한 블랙홀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주변의 극단적인 중력 환경을 이용해
시간 지연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블랙홀 안쪽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순간부터는
현재 과학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영역과
이론적 추정이 크게 섞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6편에서는 영화보다
실제 일반상대성이론이 말하는 블랙홀 내부에 집중합니다.
27. 사건의 지평선은 '죽음의 벽'이 아니다
이 표현도
조금 바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의 지평선 자체가
사람을 찢어버리는 물리적 벽은 아닙니다.
특히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면
그 경계를 지나면서
특별한 충격을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지나면
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조석력이 점점 강해집니다.
결국
몸을 구성하는 물질까지
극단적인 힘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사건의 지평선은
**즉시 파괴되는 경계라기보다
탈출할 수 없게 되는 경계**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28.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역할도 달라진다
이 부분은 조금 어렵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특정한 좌표 표현에서는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반지름 방향의 좌표가
시간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구조가 나타납니다.
쉽게 풀면
밖에서는
“중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라는 것이
공간적인 위치입니다.
하지만
비회전 블랙홀의 내부에서는
중심으로 향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미래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랙홀 내부에서
“그냥 중심을 피해 다른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통하지 않습니다.
29. 중심으로 가는 것이 '미래'가 된다
아주 쉽게 비유해보겠습니다.
우리는 현재에서
내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미래로 갑니다.
블랙홀 내부에서는
비회전 블랙홀의 경우
중심으로 향하는 것이
이와 비슷한 필연성을 갖습니다.
우주선이 엔진을 사용해
경로를 바꿀 수는 있지만
사건의 지평선 밖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결국
**중심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됩니다.**
30. 그렇다면 블랙홀 중심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것은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사람의 초기 위치와 속도,
블랙홀의 회전 여부 등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블랙홀에 들어가면 정확히 몇 초 뒤 죽는다”
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NASA의 특정 시뮬레이션에서
태양 질량 430만 배의 비회전 블랙홀을 가정했을 때
지평선을 통과한 뒤 중심까지의 여정이
아주 짧게 계산된 것처럼,
특정 모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블랙홀에 똑같이 적용되는 숫자가 아닙니다.
31. 우리가 실제로 알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이제
중요한 선을 하나 그어봅시다.
우리가 비교적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
블랙홀에는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일반상대성이론은 예측합니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빛의 경로를 휘게 만듭니다.
주변 물질은
강착원반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블랙홀 병합에서는
중력파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을 넘은 물질과 빛은
외부로 돌아올 수 없습니다.
32. 아직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
반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
블랙홀 내부의 물질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특이점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양자중력이 블랙홀 내부에서
어떤 형태로 작동하는지.
정보가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보존되는지.
그리고
블랙홀의 가장 깊은 내부 구조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이것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NASA도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직 완전히 알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33. 그래서 블랙홀 안쪽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오늘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곳에 도착하기 직전에
멈춰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이후는
현재의 물리학이 확실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특이점.
양자중력.
정보.
시공간의 본질.
이것들은
아직 우리에게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34. 블랙홀은 우리에게 한계를 알려준다
과학에서
“모른다”는 말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과학의 중요한 태도입니다.
우리는
블랙홀의 존재를 압니다.
그림자도 관측했습니다.
중력파도 검출했습니다.
주변의 별과 가스의 움직임도 관측합니다.
하지만
그 안쪽의 가장 깊은 곳은
아직 직접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관측과 수학을 이용해
그곳을 추론합니다.
35. 어쩌면 특이점은 새로운 물리학의 문일지도 모른다
특이점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곳에서는
현재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무한한 값을 만들어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자연의 최종적인 모습이라고
쉽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기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하다.”
라는 신호일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그 새로운 이론이
바로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양자중력 이론일 수 있습니다.
36. 그리고 14편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14편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는 정말 사라지는가?”
16편에서
그 질문이 왜 어려운지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정보가 들어갑니다.
↓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갑니다.
↓
외부에서는 그 정보를 직접 볼 수 없습니다.
↓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통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증발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정보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는가?
이 질문은
블랙홀 내부의 물리학과
양자중력 문제로 이어집니다.
37. 블랙홀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처음 블랙홀을 배울 때는
“모든 것을 삼키는 천체”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조금 다른 모습을 봅니다.
블랙홀은
우주의 가장 깊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천체입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공간이란 무엇인가?
정보란 무엇인가?
중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주의 법칙은
가장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는가?
이 질문들이
모두 블랙홀 하나로 모여듭니다.
우리의 우주 이야기 16편을 마치며
오늘 우리는
가상의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멀리서는
평범한 중력장처럼 보였습니다.
↓
가까워지자
빛이 휘어졌습니다.
↓
시간 지연이 커졌습니다.
↓
사건의 지평선이 가까워졌습니다.
↓
멀리 있는 관찰자에게는
우주선이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하지만 우주선 안에서는
시간이 계속 흘렀습니다.
↓
마침내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했습니다.
↓
이제
외부 우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면
그 순간 즉시 파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더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조석력이 강해집니다.
↓
결국
스파게티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의 계산은
중심의 특이점을 향합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에 무엇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블랙홀 안에서 만난 가장 중요한 사실
사건의 지평선은 벽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 넘으면 돌아올 수 없습니다.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이 갑자기 멈추지 않는다.
떨어지는 사람 자신의 시간은 계속 흐릅니다.
모든 블랙홀이 지평선에서 즉시 사람을 찢어버리는 것도 아니다.
블랙홀의 질량에 따라 조석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특이점이 실제로 무한한 밀도의 점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현재 이론의 한계를 나타내는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블랙홀 내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것이 현재 과학이 말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다음 이야기
우리의 우주 이야기 17편
블랙홀은 정말 모든 것을 삼킬까?
여기에서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블랙홀이 주변의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태양이 갑자기
같은 질량의 블랙홀로 바뀐다면
지구는 즉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까요?
블랙홀은
멀리 떨어진 별까지 무조건 끌어당길까요?
그리고
블랙홀 주변에는
행성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블랙홀 주변을 안정적으로 공전하는 천체는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블랙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무차별적으로 집어삼키는 괴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음 17편에서는
“블랙홀은 정말 모든 것을 삼킬까?”
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중요한 질문에서 출발해
블랙홀의 중력과
공전 궤리,
탈출속도,
그리고
블랙홀 주변의 행성까지
이야기를 넓혀보겠습니다.
🌌 우리의 우주 이야기 16편 핵심 한 문장
**“사건의 지평선을 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세계의 마지막 경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