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우주 이야기 13편 블랙홀은 어떻게 그렇게 거대해졌을까?



우리의 우주 이야기 13편

블랙홀은 어떻게 그렇게 거대해졌을까?

작은 블랙홀이 어떻게 태양 수십억 개의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이 되었을까?

우리는 지금까지

블랙홀이 별의 죽음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별이 자신의 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거나 중심부가 붕괴하면서

아주 작은 영역에 엄청난 질량이 모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블랙홀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11편에서는

그런 블랙홀이 별을 만나면

별 자체를 길게 늘어뜨리고

결국 산산이 찢어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12편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과 자기장이

엄청난 에너지의 제트를 만들어

수천 광년 이상 우주로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아주 이상한 질문 하나가 남습니다.

그렇게 작은 블랙홀이 어떻게 태양 수십억 개의 질량을 가진 거대한 블랙홀이 되었을까요?

더 놀라운 것은

우주가 아직 아주 젊었을 때부터

이미 엄청나게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대.

은하도 아직 제대로 성장하지 않았던 시기에

이미 태양 질량의 수억 배,

수십억 배에 이르는 블랙홀이 발견됩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블랙홀들은

도대체 언제 태어났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성장한 것일까요?


1.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

가장 간단한 설명부터 생각해 봅시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을 먹으면서 커집니다.

그렇다면

작은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와 별을 계속 흡수하면

언젠가는 거대한 블랙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원리만 놓고 보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초대질량 블랙홀은

주변의 가스를 흡수하고,

다른 블랙홀과 합쳐지고,

오랜 시간에 걸쳐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우주의 나이가 아직 매우 어렸을 때

이미 엄청나게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2. 우주는 생각보다 빨리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었다

천문학자들이 아주 먼 우주를 관측한다는 것은

사실 아주 오래전 우주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빛은 무한히 빠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천체에서 출발한 빛은

수십억 년을 여행한 뒤

지구에 도착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주 먼 은하를 관측함으로써

우주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러한 초기 우주를 관측하는 데

특히 강력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웹 망원경은

빅뱅 이후 수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대의 은하와

활동적인 블랙홀까지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천문학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것이 있습니다.

너무 어린 우주에서 너무 거대한 블랙홀이 발견된 것입니다.


3. 가장 유명한 것은 '퀘이사'다

이 거대한 블랙홀을 이야기하려면

**퀘이사(Quasar)**라는 이름을 알아야 합니다.

퀘이사는

아주 먼 은하 중심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매우 밝은 천체입니다.

그 중심에는

활발하게 물질을 끌어당기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블랙홀 주변으로 떨어지는 가스가

강착원반을 형성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먼 거리에서도

그 중심이 밝게 빛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블랙홀 자체가 밝은 것이 아니라

블랙홀이 물질을 먹는 과정이 엄청나게 밝은 것입니다.**


4. 그런데 퀘이사의 블랙홀은 너무 컸다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우주에서

엄청나게 밝은 퀘이사들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을 분석한 결과

그 중심에 있는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 수억 개,

때로는 수십억 개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게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주의 나이가 아직 10억 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이미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자랐을까?”

이 질문이

현대 천문학의 중요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5. 블랙홀도 먹는 속도에 한계가 있다

블랙홀이 성장하려면

주변의 물질을 계속 끌어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블랙홀이 무조건

원하는 만큼 빠르게 물질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홀 주변으로 가스가 너무 많이 떨어지면

강착원반이 엄청나게 밝아집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강력한 복사 에너지가

주변의 가스를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블랙홀이 먹을 수 있는 물질의 양이 제한됩니다.

이와 관련된 중요한 개념이

**에딩턴 한계(Eddington limit)**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과

그 물질이 방출하는 복사압 사이에서

일정한 균형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블랙홀이 계속 최대 속도로 성장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수십억 태양 질량까지 성장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6. 첫 번째 시나리오

작은 블랙홀에서 시작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은

우리가 앞에서 이야기했던

별의 죽음입니다.

아주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블랙홀이 만들어집니다.

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

특정한 조건에서는 그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작은 블랙홀을

흔히 **가벼운 씨앗(light seed)**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작은 씨앗이

주변의 가스를 먹습니다.

다른 블랙홀과 합쳐집니다.

또 주변의 블랙홀과 합쳐집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성장합니다.

원리 자체는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초기 우주의 거대한 블랙홀을 설명하기에는

성장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7. 그렇다면 처음부터 큰 씨앗이었다면?

여기에서

전혀 다른 생각이 등장합니다.

“처음부터 작은 블랙홀이 아니었다면 어떨까?”

별 하나가 죽어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대신

아주 거대한 가스 구름 자체가

직접 붕괴해서

훨씬 큰 블랙홀의 씨앗을 만들었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직접 붕괴(Direct Collapse)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블랙홀은

태양 몇 개 정도의 질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큰 질량의 씨앗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십억 태양 질량의 초대질량 블랙홀까지

성장해야 하는 부담이 훨씬 줄어듭니다.


8. 거대한 가스 구름이 바로 블랙홀이 된다?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가스 구름이 있다면

보통 별이 만들어집니다.

가스가 중력으로 뭉치면서

별이 탄생합니다.

그런데 초기 우주의 특정 환경에서는

가스가 별을 만드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아주 거대한 덩어리로 붕괴할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거대한 가스 구름이

직접 붕괴한다면

훨씬 무거운 블랙홀 씨앗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무거운 씨앗(heavy seed) 시나리오입니다.


9.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우주에는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초기 우주에서

아주 무거운 별이 만들어지고

그 별이 붕괴해

상대적으로 큰 블랙홀 씨앗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작은 블랙홀들이

밀집된 환경에서 빠르게 합쳐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붕괴한 블랙홀 씨앗도 있었을 수 있습니다.

즉,

초대질량 블랙홀은 한 가지 방법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관측과 비교하면서

어떤 경로가 실제 우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아내고 있습니다.


10. 제임스 웹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여기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등장합니다.

웹은 적외선 관측에 매우 강력합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아주 먼 곳에서 온 빛은

파장이 길어져 적외선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따라서

초기 우주의 희미한 천체를 연구하려면

적외선 관측이 매우 중요합니다.

웹은 2022년 과학 관측을 시작한 이후

초기 우주의 은하와

활동적인 블랙홀을 잇달아 관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초기 우주가 훨씬 복잡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11. 우주가 어린데도 이미 블랙홀이 있었다

웹이 발견한 초기 우주의 천체 가운데에는

아주 특이한 것들이 있습니다.

특히 **작은 붉은 점(Little Red Dots)**이라고 불리는

작고 붉은 천체들이 있습니다.

이 천체들은

우주의 아주 어린 시기에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활동적인 초대질량 블랙홀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강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은 새로운 종류의 은하인가?”

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혹시 이것은 성장 중인 블랙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12. 2026년, 더 놀라운 단서가 등장했다

여기에서

최근 연구가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2026년 5월,

NASA는 웹 망원경이 관측한

Abell 2744-QSO1이라는 초기 우주 천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진은

일부 초대질량 블랙홀이

기존에 생각했던 것처럼

이미 존재하는 거대한 은하 안에서

별이 죽어 만들어진 작은 블랙홀로부터 성장한 것이 아닐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오히려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또는 매우 초기부터 형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 결과가 맞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은하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중심에 블랙홀이 자랐다”

라는 단순한 그림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13. 누가 먼저였을까?

이 질문은

아주 재미있습니다.

은하가 먼저였을까요?

아니면

블랙홀이 먼저였을까요?

지금까지 천문학에서는

은하가 먼저 형성되고

그 중심에 블랙홀이 만들어져 성장했을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생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관측은

일부 경우에는

블랙홀이 아주 초기부터 존재하면서

오히려 은하의 성장과 함께 발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블랙홀과 은하의 관계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습니다.


14.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태어났다면?

이것은

우주의 역사에 대한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만약 거대한 블랙홀이 먼저 만들어졌다면

그 블랙홀 주변으로 가스가 모이고

별이 만들어지고

은하가 성장했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블랙홀이 은하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결과가 아니라

블랙홀의 탄생과 성장이 은하 형성 과정의 중요한 부분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은하에 해당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 연구는

어떤 경우에 블랙홀이 먼저 성장했는지,

어떤 경우에 은하와 함께 성장했는지를 알아가는 단계입니다.


15. '블랙홀 별'이라는 놀라운 개념

2026년에는

더 흥미로운 연구도 발표됐습니다.

웹 망원경이 관측한

GLIMPSE-17775라는 작은 붉은 점의 스펙트럼에서

40개가 넘는 스펙트럼 선이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이 천체가 뜨겁고 밀도 높은 가스에 둘러싸인

초대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는 모델 가운데 하나가

‘블랙홀 별(black hole star)’ 시나리오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초기 우주의 블랙홀이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주변 물질과 함께 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16. 그렇다면 블랙홀은 얼마나 빨리 커질 수 있을까?

다시 성장 문제로 돌아가 봅시다.

블랙홀이

주변의 가스를 계속 먹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블랙홀의 질량이 커집니다.

그러면 중력이 강해집니다.

더 많은 물질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물질이 강착원반으로 들어가면서

더 많은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이 과정은

블랙홀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성장을 제한하는

묘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너무 밝아지고,

너무 밝아지면

복사 에너지가 주변 물질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랙홀의 성장에는

일종의 속도 제한이 존재합니다.


17. 그래서 '슈퍼 에딩턴' 성장도 연구된다

그렇다면

정말 빠르게 성장한 초기 블랙홀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가능성은

블랙홀이 일정 기간 동안

에딩턴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로 물질을 흡수했을 가능성입니다.

이를 흔히

슈퍼 에딩턴(super-Eddington) 강착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이런 과정이 항상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특정한 환경에서는

일시적으로 매우 빠른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이런 빠른 성장 단계가

초기 블랙홀의 질량을 빠르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18. 블랙홀끼리 합쳐질 수도 있다

또 다른 성장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블랙홀끼리의 충돌과 병합입니다.

두 은하가 충돌하면

각 은하 중심에 있던 블랙홀도

서로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하나의 더 큰 블랙홀로 합쳐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중력파의 형태로 방출됩니다.

우리는 이미

항성질량 블랙홀들의 병합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훨씬 더 거대한 블랙홀들의 병합은

앞으로 중요한 관측 대상이 될 것입니다.


19. 블랙홀의 성장에는 여러 길이 있을 수 있다

이제 블랙홀의 성장 방법을 정리해 봅시다.

첫 번째

별의 죽음으로 작은 블랙홀이 탄생합니다.

두 번째

주변 가스를 계속 흡수합니다.

세 번째

다른 블랙홀과 합쳐집니다.

네 번째

아주 빠른 강착 단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섯 번째

아주 초기에는 거대한 가스 구름이 직접 붕괴해

큰 씨앗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즉,

초대질량 블랙홀은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성장 경로가 서로 결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0. 그런데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아무리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아주 초기 우주의 일부 블랙홀은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계속 새로운 관측을 찾고 있습니다.

특히

우주가 탄생한 뒤 수억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더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별은 언제 생겼을까요?

첫 번째 은하는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첫 번째 블랙홀은 언제 탄생했을까요?

그리고

그 블랙홀은 얼마나 빨리 성장했을까요?


21. 웹 망원경이 보는 것은 '우주의 어린 시절'이다

우리가 웹 망원경으로

아주 먼 은하를 바라보면

그곳의 현재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억 년 전의 모습을 봅니다.

마치

우주가 남겨 놓은 오래된 사진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아직 성장하지 않은 은하가 있고,

젊은 별이 있고,

활발하게 물질을 먹는 블랙홀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과거의 모습을 연결하면서

우주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추적합니다.


22. 우주는 우리에게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처음에는

블랙홀을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별이 죽습니다.

블랙홀이 생깁니다.

주변 물질을 먹습니다.

블랙홀이 커집니다.

이것만으로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초기 우주를 관측하면서

이 단순한 그림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어린 우주에

너무 거대한 블랙홀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블랙홀은 정말 별이 죽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23. 어쩌면 블랙홀은 여러 방식으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현재 가장 흥미로운 가능성 가운데 하나는

블랙홀의 탄생 방식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블랙홀은

무거운 별의 붕괴로 태어났을 수 있습니다.

어떤 블랙홀은

거대한 가스 구름의 직접 붕괴로 만들어졌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블랙홀은

초기 우주의 특수한 환경에서

다른 방식으로 형성됐을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이 블랙홀들이

서로 합쳐지고

가스를 흡수하면서

점점 거대한 초대질량 블랙홀로 성장했을 수 있습니다.


24. 블랙홀은 은하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오늘날

거대한 은하의 중심에는

대부분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은하에도

궁수자리 A*가 있습니다.

태양 질량 약 400만 배의 블랙홀입니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역사를 거꾸로 돌려보면

궁수자리 A* 역시

지금처럼 거대한 모습으로 태어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물질의 흡수와

천체들의 상호작용,

그리고 은하의 성장 과정 속에서

함께 변화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25. 블랙홀과 은하는 누가 먼저였을까?

이 질문에는

아직 완벽한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과학은

모든 질문에 즉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새로운 관측이 기존의 생각을 흔들면서

더 좋은 질문을 만들어냅니다.

최근 웹 망원경의 관측 결과도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초기 우주 천체에서는

블랙홀이 은하보다 먼저 또는 매우 이른 시기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블랙홀이 항상 은하보다 먼저다”

라는 뜻은 아닙니다.

아직은 여러 가능성을 비교하는 단계입니다.


26.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역사의 현장을 보고 있다

웹 망원경이 보여주는 초기 우주의 작은 붉은 점들은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거대한 은하와 초대질량 블랙홀의

아주 어린 시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단순히 먼 은하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은하와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의 역사가

현재 진행형으로 연구되고 있는 셈입니다.


27. 가장 거대한 블랙홀도 처음에는 씨앗이었다

태양 질량 수십억 배의 블랙홀을 보면

처음부터 그렇게 거대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거대한 블랙홀도

어떤 형태로든

시작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작은 씨앗이었거나,

훨씬 무거운 씨앗이었거나,

혹은 우리가 아직 모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씨앗이

우주의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는 것입니다.


28.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것은 가장 오래된 비밀이다

블랙홀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운 역설을 만나게 됩니다.

블랙홀은

우주에서 가장 극단적인 천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탄생의 순간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미

블랙홀의 그림자를 촬영했습니다.

블랙홀이 별을 찢는 장면도 관측합니다.

블랙홀에서 뻗어나오는 제트도 연구합니다.

하지만

“최초의 거대 블랙홀은 어떻게 태어났는가?”

라는 질문에는

아직 여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29. 우리의 우주 이야기 13편을 마치며

오늘 우리는

블랙홀의 성장에 관한 아주 오래된 질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작은 블랙홀이 태어납니다.

주변의 가스를 먹습니다.

다른 블랙홀과 합쳐집니다.

때로는 매우 빠른 강착 단계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억 년, 수십억 년에 걸쳐 성장합니다.

하지만

초기 우주에서 발견되는 거대한 블랙홀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또 다른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훨씬 무거운 블랙홀 씨앗이 존재했을 가능성.

거대한 가스 구름이 직접 붕괴했을 가능성.

그리고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러한 초기 블랙홀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계속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

우리가 지금까지 만난 블랙홀은

참 이상합니다.

빛을 삼킵니다.

별을 찢습니다.

엄청난 제트를 만들어냅니다.

은하의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미 거대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흔적까지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욱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정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별이 블랙홀 안으로 떨어집니다.

가스가 들어갑니다.

빛도 들어갑니다.

그 모든 물질이 가지고 있던 정보는

정말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어딘가에 보존되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블랙홀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아주 오랫동안 괴롭혀 온

가장 깊은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음 이야기

우리의 우주 이야기 14편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는 정말 사라질까?

블랙홀은 모든 것을 삼킵니다.

그렇다면

그 안으로 들어간 정보도

영원히 사라지는 것일까요?

그런데 양자역학은

정보가 근본적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는 방향의 원리를 강하게 제시합니다.

그렇다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정보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이 문제를 두고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결국 블랙홀의 문제를 넘어

양자역학과 중력이 어떻게 하나의 우주 법칙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

라는

현대 물리학의 가장 깊은 문제로 이어집니다.

다음 편에서는

블랙홀의 가장 무서운 질문,

**‘블랙홀 정보 역설’**을 만나보겠습니다.


🌌 이번 13편의 핵심 한 문장

“가장 거대한 블랙홀도 처음에는 하나의 씨앗이었으며, 그 씨앗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우주가 풀지 않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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